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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늦은 북런던더비 직관 후기

edited December 2015 in Free Board
미루다 미루다 해를 넘겨서는 안될 것 같아서 엄청 날려썼지만 (애초에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결정한 직관이라 내용이 매우매우 부실하지만) 염치 불구하고 애쉬버튼에도 올려봅니다!


1. 
모종의 이유로 전날밤 네다섯시간밖에 못잤지만 일단 불굴의 의지로 여덟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합니다. 나름 과제도 마무리 짓고 제출까지 합니다. 유로스타는 기차이지만 그래도 나름 국경을 넘어가니 이미그레이션 등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당일치기로 가는 거라 가방 하나만 들고 털레털레 기숙사를 나섭니다. 누가 보면 파리로 마실 나가는 줄 알겠지만 전 북런던 더비를 보러 일주일만에 또 런던에 갑니다 헤헤. 

2. 
파리 Gare du Nord (=북역)에 도착했습니다. 유로스타 출발을 위해 2층으로 올라갑니다. 논-EU 여권 소지자이니까 간단한 이미그레이션 서류를 작성하고 체크인을 통과합니다. 애플 월렛에 유로스타 티켓을 저장해 놓으면 귀찮게 티켓 프린트 같은걸 안해도 되고 편합니다! 프랑스 쪽 출국 절차를 통과하고 (도장만 찍어주는데 경찰 아저씨가 비자만 세개가 붙은 제 여권을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아저씨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라는 표정을 지어줍니다. 3개국 신원보증 받은 사람이라고요!) 영국쪽 입국 심사를 받습니다.

이미그레이션 서류에 영국내 주소지를 안적어서 그랬는지 데이비드 간디 보급형처럼 생긴 오피서가 며칠 있을거야? 물어봅니다.
하루요! 오늘 밤에 돌아와요! 하니까 ???? 한국으로 간다고? 합니다. 이 오빠야 저 한국 좀 보내주세요 제발...
아녀, 파리로 와요, 하니까 파리에서 뭐하냐고 묻습니다. 학생인데요.

오피서: 근데 뭐하는데 하루만 가?
저: 축구 보러요! 
오피서: (오?) Yeah? 무슨 경기?
저: 아스날 토트넘이요 헤헤
오피서: (오오~) 너 아스날 팬이지? 
저: 네! 
오피서: (엄청 아쉬운 척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Oh we're not gonna get along then, but I'll stamp your passport. 
저: Thank you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 흔한 잉국 오피서의 농담이었읍니다. 까딱하면 입국 못할뻔 했네요 (???)
지나고보니 저 오피서 어느 팀 팬이었는지 궁금해지네요. 저땐 당연히 토트넘 팬이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닐수도 있었겠군요!

여튼 두번 다 십오분을 넘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줄 서는 사람에 따라 대기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찍 오는게 낫습니다. 사실 EU보다 논EU줄이 짧을 때가 훨씬 많습니다 (...)

대합실에 들어오면 아직 비몽사몽한 뇌를 깨우기 위해 크루아상과 커피를 사먹습니다. 엄청 비쌉니다 흥. 20분 무료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트위터를 합니다 (20분 지나도 4G로 계속합니다.) 그리고 한시 십삼분 유로스타 탑승. 영국시간 두시반 도착이니까 두시간동안 기차 안에서 기절합니다. USB 포트가 있기 때문에 대합실에서 트위터하며 60%까지 떨어진 배터리를 충전하며 노래를 듣습니다. (이건 기차 바이 기차입니다)

3.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킹스크로스 역에 도착했습니다! 나름 한번 와봤다고 자신 있게 지하철을 타러 킹스크로스역으로 향합니다. 어차피 오늘 런던은 아스날역<->킹스크로스/세인트 판크라스만 할거니까 왕복 티켓만 구입합니다. 런던 교통비는 살인적인 것 같습니다. 7파운드라니!?!

피카딜리 라인을 타면 3정거장만에 아스날 역에 도착합니다. 어차피 이미 구너들이 빨간/하얀색 목도리를 두르고 에미레이츠로 가고 있기 때문에 놓칠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사실 아직 경기 한참 남았는데 뭐 벌써부터… 했다가 런던과 파리도 시차가 한시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혼자 마음이 급해졌던 건 비밀입니다 (…) 티켓을 픽업하고 에미레이츠로 들어가봅니다! (티켓 픽업하는 곳도 여러군데 있던데 멤버십 티켓 픽업은 줄도 없고 저 혼자뿐이더라구요 애쉬버튼 짱짱맨!) 

4.
영국 경기장은 경기장에서 알코올이 들어있는 맥주를 판다니 문화컬쳐였읍니다! 반성해라 스페인!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었는데 핫도그도 맛있게 먹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이폰으로 찍어서 화질은 엉망이지만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올리려고 꺼내보니 손흥민이 보입니다 엇 이 팀이 아닌데?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카메라도 안들고 왔더라구요. 사실 경기 당 백장씩 찍어봤자 하드에서 고이 잠들기만 하지 딱히 다시 들춰보지는 않을걸 알아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 마드리드에 있을때 10경기 사진 한 천오백장 찍어놓고 한번도 안보다가 하드 날리면서 같이 날려먹었읍니다.

애쉬버튼을 통해 구한 자리는 그라운드가 한눈에 보이는 명당입니다. 킥오프전에는 world war 때 참전한 베테랑들을 위한 묵념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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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경기는 결국 1-1로 비겼죠, 네, 음… 뭐 첫 직관 첫 더비인데 경기력이 너무 엉망이었다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너무 못해서 즐겁게ㅋㅋㅋㅋㅋ 웃으면서ㅋㅋㅋㅋㅋ 보고 왔습니다! 어중간한 경기력이었음 화났을텐데 아니어서 다행이었어요. (이상한데서 긍정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 편입니다.) 그 경기력으로 안 진게 다행이죠 허허 후반에 정말 헛웃음이 나오던데요 음. 깁스의 뜬금골도 너무 웃겼고 말입니다! 전반 반정도는 그래도 오오 역시 런던 이즈 레드 이러면서 보고 있었는데 네… 지루새기 한골만 넣어주지

제 옆의 아이리시 아저씨는 제가 신기한지 (신기하시겠지 제가 생각해도 제가 신기합니다 나새기…) 먼저 말을 붙여오시던데 매년 최소한 한번씩은 직관을 위해 에미레이츠로 오신다고 합니다. 벌써 삼십년이 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대단하셔 역시 덕중덕은 양덕이라더니...

뭐 무려 첫 직관을 더비로 시작하고 나름 흥미니도 보고 오고 즐거웠습니다! 더비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에미레이츠에서 응원이 훨씬 다이나믹하더라구요. 그 유명한 위 헤잍 토트넘 챈트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서 신기하고 그랬습니다. 원래 챈트의 꽃은 헤잍 챈트 아니던가요 (헤헤) 자리도 서포터즈 구역이었는지 주위에서 응원을 엄청 열심히들 하셔서 두배로 더 재밌게 보고 왔던 것 같습니다. 익숙한 챈트들 들리니까 반갑더라구요!

- 술은 경기장 좌석으로 반입금지입니다. 컨세션 스탠드에서 미리미리 드시고 입장하셔요
- 날씨가 이때 유난히 따뜻해서 딱히 추운지는 몰랐지만 앞으로는 바람 많이 맞을 것 같은 (…) 위치입니다. 혹시 겨울철/초봄에 직관 가시는 분들은 옷 따뜻하게 입고 가셔요
- 경기가 끝나고 아스날 역이 닫혔더라구요. 10-15분쯤 걷고 나서 다음 역에서 튜브 탔던걸로 기억합니다
- 아머리는 경기 전에 일찍 일찍 가시던지 아니면 다른 날 가셔요
- 에미레이츠 부지 어마어마하게 넓더라구요. 날씨 좋은 날 (과연 런던에서 며칠이나 있겠냐만은) 한바퀴 빙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부럽습니다 ㅠㅠ

    첫 직관을 무리뉴의 첼시와의 경기를 봤는데

    경기력이 왓더헬 ㅋㅋㅋ 멤버십 통해 티켓 산 것도 아니고 매매 중개 사이트에서 산거라 드릅게 비쌌는데 ㅠㅠ

    그래도 사람들과 같이 심판 욕 실컷 할 수 있어서 재밌긴 했네요...

    언제쯤 또 갈런지 ㅠㅠ
  • ㅋㅑ 싧느님의 생생한 증언 잘 들었습니다
  • 지루가 골을 넣었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생생한 후기 감사합니다
  • 아이고 옆자리에 계셨던 분이시군요
    무사히 들어가셨나 걱정했는데 잘 들어가셨나보네요!
    경기력이 너무 어이없고 지루의 볼 터치가 일품이라서 웃었던 기억밖에 없네요 ㅋㅋㅋ
  • 자리가 정말 명당이었군요. 
    고개를 안 돌려도 피치가 다 보이는 곳에서! 
    잘 풀린 경기를 보셨으면 좋았겠지만(...) <-

    암튼 잘 읽었습니다'ㅂ'
  • 와우 부럽습니다. 저도 또 가고싶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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